지난해 글로벌 무대에서 이보다 좋을 수 없을 만큼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K콘텐츠. 영화·드라마·음악·예능·웹툰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전 세계를 매료시킨 K콘텐츠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씨와 콘텐츠 미디어산업 전문가 노가영 작가가 함께 나눈 K콘텐츠의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보자.
최초 & 최고의 새 역사를 쓴 K콘텐츠
영화 <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은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2002년 임권택 감독 이후 20년 만에 이룬 쾌거다. <오징어 게임> 역시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70년 전통을 자랑하는 에미상에 새 역사를 썼다.
글로벌 미디어 업계의 중심이 된 OTT에서도 K콘텐츠가 맹활약 중이다. 지난해 화제를 모은 <지금 우리 학교는>, <수리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어 올해 <더 글로리>가 공개와 동시에 상위권에 랭크되며 K콘텐츠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동시에 공개되는 OTT의 특성상 콘텐츠 자체의 힘이 중요하다 보니 저력을 지닌 K콘텐츠가 더 크게 힘을 발휘하는 중이다.
한편 K-POP의 인기는 북미 시장을 넘어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K-POP’이 프랑스 백과사전 ‘쁘띠 라루스 2023’에 공식 등재되는가 하면 블랙핑크는 아시아 여성그룹 최초로 미국과 영국에서 양대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또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무대에서 BTS 멤버 정국이 선보였던 <Dreamers>는 역대 월드컵 역사상 공식 주제가 최초로 미국 빌보드 ‘디지털 송 세일즈’ 1위를 차지했으며,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정국은 미국 유명 음악잡지인 ‘롤링스톤’에서 발표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수 2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결과는 열악한 국내 시장에서 치열하게 버텨온 K콘텐츠 종사자들의 끝없는 노력과 도전이 일궈낸 것으로, 문화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수출 규모 상승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OTT 업계가 주목하는 K-드라마
K콘텐츠에 대한 세계적 관심과 인기는 올해로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에는 <방과 후 전쟁활동>, <아일랜드>, <더 글로리> 등이 OTT에 공개돼 큰 화제를 모았으며 하반기에는 <경이로운 소문2>, <아라문의 검: 아스달 연대기>와 같은 대작 드라마들이 전작의 기대 속에 곧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의 입지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콘텐츠 시장은 어떤 흐름을 보이고 있을까? 먼저 미디어 업계의 핵심 축인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의 가입자 추이를 살펴보면, 2022년 상반기 가입자 수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내 아시아 지역의 가입자는 오히려 110만 명 증가했다.
가입자수 추이로 확인된 아시아 시장의 성장 가능성으로 인해 글로벌 OTT 업계에서는 아시아 절대 강호인 K콘텐츠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플랫폼과 넘쳐나는 콘텐츠 사이에서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다 보니 이미 성공의 경험이 있는 원작 기반 콘텐츠에 더욱 주목하는 분위기다.
원점에서 새롭게 마케팅을 시작해야 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와 달리 원작 기반 콘텐츠는 방연 전부터 이미 탄탄한 팬덤과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어 경쟁에서 앞설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콘텐츠 시장에서의 우위 선점을 위해 웹툰, 웹소설 등 원작 IP 확보를 위한 스튜디오 간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그 가운데 CJ ENM에서는 <샤크: 더 비기닝>, <아일랜드>, <방과 후 전쟁활동> 등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을 선보이며 콘텐츠 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K콘텐츠의 새로운 무기로 떠오른 K-예능
그동안 예능은 드라마에 비해 글로벌화가 조금 더디게 진행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지역별 유머 포인트가 다를 뿐만 아니라 국가별로 사회·문화적 담론에 대한 차이도 존재해 그동안 타 장르 대비 글로벌화가 제한적인 면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포맷 수출이 활성화되면서 K-예능이 콘텐츠 업계에 새로운 무기로 떠오르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을 수출해 현지 국가에서 지역별 특성에 맞게 제작하는 포맷 수출 방식이 일반화된 덕분이다.
국내에서 시즌10을 맞은 <너의 목소리가 보여>의 경우 포맷이 총 28개국에 수출돼 K-예능 포맷 수출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성공적인 포맷은 세계 곳곳으로 판매돼 시즌제로 연장되며 막대한 개런티 누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또 OTT와 달리 원천 IP를 지키면서 글로벌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 또한 장점 중 하나다.
한편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현지화를 거치지 않고 성공한 K-예능의 대표적 사례다. 유튜브 영상의 누적 조회수가 4억 뷰를 돌파하며 글로벌 바이럴을 통해 세계적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또 무인도에 갇힌 싱글남녀들의 사랑을 다룬 <솔로지옥>의 경우에도 현지화 없이 한국 예능 최초로 넷플릭스 글로벌 TOP10에 진입해 K-예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의 성공 사례가 있는 만큼 포맷 수출과 더불어 디지털 예능의 활성화, 국내 TV 방송과 유튜브 간 시너지 모색 등 K-예능의 글로벌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IP의 원천으로 거듭난 K-웹툰
세계적으로 K-웹툰의 인기 또한 드라마·영화 못지 않게 뜨거운 상황이다. 2014년, 처음 해외로 진출할 당시만 해도 웹툰은 북미 시장에서 매우 생소한 장르였다. 하지만 지금은 K-웹툰 플랫폼이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무대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
플랫폼뿐 아니라 K-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도 각광을 받고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 <DP>, <유미의 세포들>, <아일랜드>, <방과후 전쟁활동> 등 글로벌 OTT에서 상위권에 오른 이 작품들 모두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둔 드라마들이다. 주로 히어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할리우드 드라마와 달리 가족, 이웃 등 일상적인 소재에 사회적 담론을 날카롭게 담아내며 원작을 넘어선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역으로 흥행한 드라마를 웹툰으로 제작하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굿닥터>가 웹툰으로 재탄생했으며 <명랑소녀 성공기>, <아내의 유혹>, <옥탑방 왕세자> 등 과거 흥행작들이 웹툰 연재를 준비 중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K-웹툰,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를 모색 중이다.
급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보다 나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앞으로 우리 콘텐츠 업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장르나 포맷뿐 아니라 인력 간에도 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콘텐츠 산업의 핵심 키워드인 ‘융합(convergence)’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강점인 디지털 인프라를 토대로 기업과 스튜디오 간 신속하고 긴밀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는 것이 바로 K콘텐츠의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영상, 웹툰, 웹소설 등 여러 장르의 콘텐츠가 다양한 산업으로 결합돼 더 큰 변화와 성장을 경험하게 될 2023년 콘텐츠 시장. 경쟁력을 갖춘 독자적인 IP로 K콘텐츠가 글로벌 무대에서 더 크게 활약하길 기대해 본다.
※<BEHIND TALK>은 CJ ENM의 유튜브 채널 <콘썰팅> 콘텐츠를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